[서울나들이]무소유의 법정스님, 꽃무릇과 상사화. 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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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나들이]무소유의 법정스님, 꽃무릇과 상사화. 길상사

상피 2021. 9. 1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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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완연히 곡식이 익어가는 계절이 되어갑니다. 매년 이맘때 즈음 피는 꽃무릇을 보러 가겠다 하고 속으로 다짐만 하고 구경은 못한게 벌써 8년이 다 되어 가는데요, 드디어 꽃무릇을 만났습니다.
꽃무릇으로 유명한 곳이 전국에 서너군데 되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고창의 선운사, 영광의 불갑사 그리고 서울 길상사.
길상사는 성북구에 위치한 절입니다. 11년전 입적하신 법정스님의 유해가 모셔져있는 절인데요, 사실 길상사가 절이 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기생 자야 김영한이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감명을 받아 전 재산을 법정스님께 기부하며 ‘많은 이들을 위해 절을 짓게 해달라’며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그 재산이 대원각이었는데 1995년 대법사로 등록되었다가 2년뒤 길상사가 됩니다. 자야 김영한은 시인 백석과의 러브스토리로 유명하지요.
9월 중순이 되면 길상사엔 잎이 없는 붉은 꽃이 핍니다. 그 꽃이 바로 꽃무릇인데 이름이 참 많습니다. 많이들 상사화라고 부르는데 상사화와는 생김새부터 다릅니다. 같은 수선화과이고 꽃말도 비슷하여 헷갈릴 가능성이 아주 높죠. 꽃무릇의 다른 이름으로는 석산, 독무릇, 붉은상사화 등이 있습니다. 주로 절 근처에 많이 군락해 있는데 그 이유는 사찰의 단청에 꽃무릇 즙을 바르면 보존에 좋다고 하네요.(독이 있어서…)

4호선 한성대 입구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와 성북천 분수광장에 있는 한성대전철역입구에서 마을버스 02번을 탔습니다. 그 다음 정거장에서 승객들이 많이 타더라구요. 이전 정거장에서 승차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상사에서 하차를 하면 바로

길상사 입구가 보입니다. 삼각산길상사.

길상사
서울 성북구 선잠로5길 68 길상사(조계종)

 


아침에 9시 30분 전후로 도착했었는데 많은 분들이 사진을 찍으러 방문을 하셨더라구요. 내공이 대단하십니다👏🏻👏🏻👏🏻👏🏻👏🏻
다들 대포카메라같은거 들고 출사나오셨는데 저는 아이폰XR로 열심히 찍었습니다ㅎㅎ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예쁜 꽃무릇들이 우아한 자태를 뽐냅니다. 아침에 고요한 절이다보니 핸드폰으로 사진찍을때 울리는 소리가 약간 민망스러워 조심조심 찍었습니다ㅎㅎ


절 방문하실 때에는 되도록 짧은 반바지 혹은 치마는 삼가해 주시고 혹여 모르고 방문 하셨을 분들을 위해 절 입구에서 랩스커트를 빌려주는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꽃무릇을 구경하러 갑니다.

성모마리아님과 비슷하면서 반가사유상의 분위기를 뽐내는 길상사의 관세음보살상입니다. 알고보니 제작하신 분이 천주교 신자라고 합니다.

꽃무릇은 정말 무리지어있을 때에도 예쁘고 혼자 피어있어도 예쁘더라구요. 무리하게 가까이 찍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날 방문했을 때 분명히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붉은 줄이 쳐져있었는데 간혹 이를 무시하고 들어가 결국 꽃무릇이 밟히는 것을 보았어요.

 

취미로 사진찍으시는 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하지 말라는 것은 제발 잘 지켰으면 좋겠어요. 선넘으며 찍는사진이 의미가 있으려나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예쁜 사진들 많이 남길 수 있습니다❤️

 

법정스님 유골 모신 곳에도 꽃무릇이 아련히 피어있네요.

위의 사진이 이날 찍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꽃무릇사진입니다. 빛의 음양도 보이고 활짝 핀 그리고 아직 덜 핀 모든 꽃의 공존이 보입니다👍🏻

태풍이 온 뒤에라면 올해도 못볼 것 같아 부랴부랴 방문한 길상사였습니다. 8년을 기다렸다기엔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부렸던 것 같아 꽃무릇보며 반성을 했습니다. 너무 기분 좋은 나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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